2016년 6월 7일 화요일

귀신의 시대 [손홍규]~

귀신의 시대 [손홍규]삶과 죽음, 상이한 두 세계를 오가며 한 사내가 기록하는 ‘작은 역사’에 관한 이야기. 『귀신의 시대』는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래 2004년 대산창작기금, 2005년 문예진흥기금을 수혜, 소설집 『사람의 신화』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온 손홍규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신화나 전설, 구술 문학텍스트를 중심으로 ‘마을 역사’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신과 귀신, 욕망과 금기 등 상상에 의해 추동되는 소설적 지평을 확장시킨 작품이다. ‘작은 역사’ 이야기주된 이야기의 중심은 한 소년이 살고 있는 농촌마을, 노령산맥이 키워낸 땅의 자식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1인칭 서술자로 등장한 한 소년은 마을 사람 하나하나에게 역사적이고 전설적 생동감을 입혀주고, 그들을 통하여 삶과 죽음, 역사와 개인사를 아울러 역사적 환부를 들춰내기에 이른다. 이를테면 “작달만한 키에 라이방을 쓴 장군”으로 표현되는 환유적인 인물의 그림자를 통해 근대화를 이끈, 근대화를 경험한 이들의 삶에 어두운 역사의 환부를 보여준다. 그러나 역사적인 인물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의 그 작은 이야기들 속 하나하나에도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그리고 변혁과 희망,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지하게 하는 손홍규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깃들여져 있다.역사의 축도를 그린 사관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소년의 정체이다. 소설을 읽어갈수록 소년의 정체는 모호해지고 “소년인 채로 죽었다” 라든가 아니면 “손가락을 닮은 물고기”처럼 소년의 모습이 익사한 시체나 물고기처럼 묘사되는 되는 점은 소년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듯 보인다. 그런 의문에 대해 문학평론가 허윤진씨는 “서술자가 자신의 미시사적 진실을 담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미궁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진위를 의심할 수 없는 확정적 언술로 불확실한 진리의 양상을 배제하는 거시사적 관점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시도” 라 말하고 있다. 즉, 신화적 모티프와 설화, 전설 등을 사용해 존재의 특별함과 동시에 신성성을 발생시켜 서술자의 입장이 아닌 ‘신(鬼)’적 입장으로 소설적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한 소년은 소년인 채로 죽어 그 마을을, 그 저수지를 지키는 ‘신(鬼)’으로 남아 억울함을 깃든 원혼을 달래고 여러 층위에서 발생한 갈등의 매듭을 푼다. 즉, 사관으로서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또한 ‘신(鬼)’로서 마을을 돌보는 소년은 사관(史觀)이자 동시에 지신(地神)인 것이다. ‘거시기’ 손홍규 손홍규는 일명 ‘거시기’로 불린다. 전북 정읍 출신의 이 작가는 서울 살이 십 년에도 변함없이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그것도 웬만한 고유명사는 모두 ‘거시기’로 바꾸어 말할 정도로 ‘징하다’. 나이가 꽤 되려니 하고 보면 의외로 1975년생, 90년대 중반에 대학생활을 보낸, 학생운동을 경험한 거의 마지막 세대이자 몰락을 목격한 세대다. 손홍규의 작품은 군더더기가 없다. 안정된 문장에 탄탄한 구조, 그에 더해 해박한 고유어 지식과 완벽한 전라도 사투리 구사. 그만의 언어제련 솜씨로 아주 진지하게 희망과 변혁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이 문단에서 손홍규를 주목하는 만드는 원동력이다.운명을 예감하는 순간을 알리는 느낌은 그렇게 발빠른 다람쥐처럼 내 곁을 스쳐지나갔다. 기이한 건 다람쥐는 사라졌지만 한 번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드리워졌던 그늘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나는 삶과 죽음이 무를 반 토막내듯 나눌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죽었다 해도 살아 있는 것, 살아 있다 해도 죽어 있는 것. 의미의 혼재와 존재의 불확실성이 삶의 특징이며 마찬가지로 죽음의 특징이란 걸 깨닫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저 삶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비밀 가운데 하나를 엿보았다고나 할까. 돌이켜 보면, 이전에도 나는 그렇게 삶의 비밀 가운데 하나에 가까이 다가간 적이 있었다. - 본문 75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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