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4일 토요일

먼 별 [로베르토 볼라뇨]~

먼 별 [로베르토 볼라뇨][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o의 소설 [먼 별Estrella distante]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칠레 피노체트 시대의 시인이자 비행사였던 카를로스 비더의 은밀하고도 매혹적인 악(惡)의 궤적을 뒤쫓는 이 이야기는 볼라뇨가 그의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출간하기 전 발표한 소설로, 같은 해(1996년) 출간된 볼라뇨의 가짜 백과사전식 소설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의 마지막 장(章)을 확장한 내용이다. 이 소설과 더불어 볼라뇨는 비로소 [볼라뇨 세계]의 한 축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이어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라틴 아메리카 문학계를 휩쓴 작가가 되었다. 칠레 출신으로 멕시코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스페인에서 여생을 보냈던 작가 볼라뇨는 [먼 별]에서 자신의 조국 칠레의 암울한 현실을 목도한다. 볼라뇨가 주목한 현실이란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부가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인해 전복되면서 시작된 잔혹한 체제, 그 가운데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남은 이들의 어두운 초상이다. [먼 별]은 바로 이들의 삶을 겹겹이 얽히고설킨 볼라뇨식 화법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추리 소설화한 작품이자, 볼라뇨가 그려낸 시대적 공포의 정수다.[볼라뇨 세계]의 진정한 시작 - 피노체트 치하, 악몽의 시대를 살아낸 초상들[1999년 말에 이미 볼라뇨는 볼라뇨가 되었다. 그는 몇 권의 졸작과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이라는 실험실 같은 작품과 더불어 두 편의 걸작, 즉, 내가 판단하기에는 볼라뇨가 쓴 최고의 소설이며 지성과 절제와 과격함이 기적처럼 조화를 이루는 [먼 별] 그리고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출간했다. 볼라뇨는 에랄데 소설상과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했고 모든 사람이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호르헤 볼피(멕시코 소설가)[먼 별]의 서문에서 로베르토 볼라뇨는 이 이야기가 아프리카에서 치열한 전쟁에 용병으로 참가했던 동포 아르투로 B.로부터 들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1장에서부터 등장하는 [나], 즉 화자 아르투로 B.는 다름 아닌 로베르토 볼라뇨의 얼터 에고, 아르투로 벨라노이다. 아르투로 벨라노는 [야만스러운 탐정들]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이자 [부적]에서는 주인공의 주변인물 중 하나로 등장하는 등 볼라뇨 문학의 주요한 특징인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을 대표하는 인물로, 볼라뇨의 작품 가운데 바로 [먼 별]에서 그 존재를 처음 드러내고 있다. 한편 [먼 별]의 화자가 그 행보를 줄기차게 뒤쫓는 주인공의 이름은 카를로스 비더, 일명 알베르토 루이스 타글레이다. 그리고 카를로스 비더가 한창 활약하던 시절인 1973년 당시 볼라뇨는 스무 살 청년이었다. 1973년 8월 피노체트 쿠데타(9월 11일)가 발발하기 직전 칠레로 돌아가 아옌데 정부의 사회주의 혁명을 지지했다가 8일간 투옥되었던 볼라뇨는 이후 25년간 칠레 땅을 밟지 않는다. 20년 이상 볼라뇨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었던 이 비극적 현실은 그의 작품 [먼 별]을 통해 비로소 빛을 발한다.[먼 별], 놀랍도록 순수한 악(惡)의 화신볼라뇨 소설의 등장인물들답게 문학, 그중에서도 시(詩)에 사로잡힌 [먼 별] 속 주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화자 아르투로 B.를 비롯해 주인공 카를로스 비더(독학생 시절의 이름은 알베르토 루이스 타글레), 비비아노 오리안(아르투로 B.의 친구), 후안 스테인(이들이 참여했던 [시 창작 교실]의 지도자), 디에고 소토(또 다른 [시 창작 교실]의 지도자). 1971년 또는 1972년 후안 스테인의 시 창작 교실에서 알베르토 루이스 타글레라는 이름의 독학생을 만난 화자는 본의 아니게 이 근사한 독학생의 흔적을 계속 따라가게 된다. 시 창작 교실 시절부터 인기가 많았으며 꽤 괜찮은 시를 썼던 알베르토 루이스 타글레는 어느 날 칠레 남부 도시 콘셉시온의 임시 수용소 위 하늘에 시를 쓰기 시작한다. 피노체트 시대, 칠레의 공군 장교 자격으로 비행기를 조종하며 그 연기로 칠레 창공에 시를 쓰는 [비행 시인], 카를로스 비더의 출현이다. 한편 화자의 친구인 비비아노 오리안은 화자에게 계속 편지를 보낸다. 편지의 내용은 후안 스테인, 디에고 소토, 그리고 카를로스 비더의 개인사에 대한 것들이다. 이들의 개인사는 당시 칠레의 냉혹한 현실과 맞물려 각자의 비극을 완성해 간다.이중 특히 주목해야 할 인물은 칠레의 공군 장교이자 비행사인 카를로스 비더이다.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행각은 독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베르토 루이스 타글레라는 독학생으로 위장해 시 창작 교실에 몰래 잠입한 그는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고, 이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독일 비행기를 타고 칠레 하늘에 선동적인 문구로 점철된 시를 쓰다가, 이 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자신이 머무는 아파트에서 군사 독재 당시의 폭력을 입증하는 잔인하고 과격한 사진들을 전시하고, 이로 인해 추방당한 후에는 유럽 각지를 떠돌며 온갖 잡지에 가명으로 글을 기고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의 뒤를 한 전직 경찰, 그리고 화자가 쫓는다.하지만 이렇듯 악(惡)의 화신임이 분명한 주인공 카를로스 비더를 바라보는 볼라뇨의 시선에서 응징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다. 외려 담담하게까지 느껴지는 그 시선의 근원은 다음과 같다.[카를로스 비더는 정치적이고 폭력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만, 시인으로서는 윤리적인 의무보다 미학적인 관점을 더욱 우선시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가 독재 시절 극우파와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비더의 행적을 끝까지 추적해 보면 그는 시의 미학적인 관점을 위해 자신의 정치 활동과 야망까지도 모두 희생한 인물로 그려진다. 사실 카를로스 비더에게 있어 자신이 독재 시절의 만행을 폭로한 사진 전시회는 '순수하고 실험적인 시이자 순수한 예술'일 뿐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이제 화자 아르투로 B., 그리고 화자의 친구인 비비아노 오리안은 이 [순수한 악의 화신]이자 [먼 별], 카를로스 비더의 행적을 추적하는 가운데 볼라뇨식 추리 소설을 완성해 간다. 그리고 카를로스 비더는 최후를 맞이한다. 행간을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결코 분명치 않은 최후. 볼라뇨는 이렇게 자신의 모험 소설을 그만의 방식으로 미스터리하게 마무리한다.[먼 별] 속의 먼 별, 카를로스 비더. 1971년 즈음 후안 스테인과 디에고 소토의 시 창작 교실을 오가며 독학생 알베르토 루이스 타글레라는 가명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실은 피노체트 치하 칠레의 살인 청부업자이다. 모종의 임무를 수행한 후 공군 장교로 복귀한 카를로스 비더는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그 연기로 하늘에 선동적인 시를 쓴다. 그리고 이 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군사 독재 당시 폭력을 입증하는 잔혹한 사진들을 전시하고, 이로 인해 추방당한 후 유럽을 떠돌며 각종 잡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의 뒤를 한 전직 경찰, 그리고 화자인 [나], 아르투로 B.가 쫓는다. 많은 칠레 작가들이 피노체트 시절 초기의 유혈 사태에 대해 써 왔다. 그러나 로베르토 볼라뇨만큼 음울하면서도 빛나는 방식으로 이를 성취해 낸 이는 없다. - 뉴욕 타임스[먼 별]은 볼라뇨의 가장 훌륭한 소설 중 하나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진부한 장르인 [독재자 소설] 가운데 결코 잊히지 않을 작품이다. - 선데이 텔레그래프화자의 가벼우면서도 위트 있는 어조가 자칫 불편할 수 있는 거친 소재를 쉽게 소화하도록 돕는다. 이데올로기적 투쟁 위를 떠다니는 가운데, [먼 별]은 인간성을 잃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한 인간의 가슴 저미고도 당혹스러운 지점에 다다른다.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볼라뇨의 글에서는 유머와 아이러니, 폭력과 사랑, 시와 죽음이 한데 어우러진다. - 북포럼동시대 문학 가운데 핵으로 남을 진정한 걸작. - 라 반과르디아열린책들에서 발간되는 볼라뇨의 작품들(12권)칠레의 밤Nocturno de Chile(2000)임종을 앞둔 칠레의 보수적 사제이자 문학 비평가인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의 독백 형식으로 이루어진 소설. 라크루아는 피노체트 치하의 공포가 만연한 사회에서 수동적인 공범처럼 살았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가책을 느끼고 속죄의 고백을 이어 간다. 무수한 인용, 불분명한 문학적 언급, 지적 은유, 작가들에 대한 남다른 성찰 등 볼라뇨만의 문학적 특질이 빛을 발하는 놀라운 소설이다.부적Amuleto(1999)스스로를 [멕시코 시의 어머니]라 칭하는 우루과이 여인 아욱실리오 라쿠투레가 들려주는 흥미롭고 서정적인 회고담. 1968년 멕시코 군대의 국립 자치 대학교 습격 당시 13일간 화장실에 숨어 지냈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라쿠투레의 자유분방했던 삶과 알고 지냈던 수많은 시인, 철학자, 화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몽환적인 독백의 형식으로 펼쳐진다. - [텔레그래프] 선정 [2009년 최고의 소설]먼 별Estrella distante(1996)[먼 별] 속의 먼 별은 카를로스 비더이다. 그는 연기로 하늘에 시를 쓰는 비행기 조종사이자 피노체트 치하 칠레의 살인 청부업자이다. 현학적이면서도 강렬한 이 소설은 모순으로 가득 찬 한 남자 그리고 피노체트 치하 암울한 시절 그를 알고 지낸 젊은 시인들에 관한 이야기이다.전화 통화Llamadas telef?nicas(1997)볼라뇨의 첫 번째 단편집이다. 어느 정도는 자전적인, 또는 순전히 허구인 작품들이 실린 이 단편집에는 시인, 작가, 탐정, 군인, 낙제한 학생, 러시아 여자 육상 선수, 미국의 전직 포르노 배우와 그 외의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14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관계와 우수에 대한 감동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산티아고 시 문학상(1997)야만스러운 탐정들Los detectives salvajes(1998)현대의 두 돈키호테, 우울한 멕시코인 울리세스 리마와 불안한 칠레인 아르투로 벨라노의 이야기. 이 둘은 멕시코 시인이자 작가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마리오 산티아고, 그리고 볼라뇨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1975년 멕시코시티의 한 젊은 시인의 일기로 시작되어, 그 후 수십 년간 벨라노와 리마가 만났던 3개 대륙 8개 국가 15개 도시에서 40명의 화자가 들려주는 방대한 증언이 이어진다. 볼라뇨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했다. - 에랄데 소설상(1998)- 로물로 가예고스상(1999)- [뉴욕 타임스] 선정 [2007년 최고의 책]- [텔레그래프] 선정 [2000년대 최고의 책 100권 중 7위](2009)2666(2004)2003년 여름 볼라뇨가 세상을 뜨고 몇 달 후인 2004년에 첫 출간된 [2666]은 그의 최대 야심작이자 일생의 역작이다. 그는 죽기 전에 이 책을 마치기 위해 시간을 다투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 거대한 책은 흥분과 스릴이 가득한 묵시록적인 백과사전과 같은 초대형 소설로,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5부에 걸쳐 80년이란 시간과 두 개 대륙, 3백 명의 희생자들을 두루 관통한다. [2666]은 죽음, 사막, 유령 작가들, 실종된 사람들, 문학, 외로움의 이야기이며, 간단히 말해 소설의 신기원이다.- 바르셀로나 시 상(2003)- 살람보상(2004)- 알타소르 소설상(2005)- 산티아고 시 문학상(2005)- 전미 서평가 연맹상(2008)- [뉴욕 타임스] 선정 [2008년 최고의 책]- [타임] 선정 [2008년 최고의 책]-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선정 [2009년 최고의 책]- [스펙테이터] 선정 [2009년 최고의 책]- [텔레그래프] 선정 [2009년 최고의 소설]-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선정 [2009년 최고의 문학]-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선정 [2009년 최고의 책]- [NRC 한델스블라드] 선정 [2009년 최고의 책]- [가디언] 선정 [2000년대 최고의 책 50권](2009)므시외 팽Monsieur Pain(1999)1938년 파리. 40세의 피에르 팽은 제1 차 세계 대전 참전 군인으로, 최면술을 연구했던 프란츠 안톤 메스머의 제자이지만 은퇴해서 조용히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에게서 멈추지 않는 지독한 딸꾹질로 병원에 입원한 친구의 남편인 페루의 유명한 시인 세사르 바예호의 치료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 이상하게도 꿈같은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펠릭스 우라바옌 중편 소설상(1994)아이스링크La pista de hielo(1993)볼라뇨의 초기 소설이다. 배경은 스페인 어느 해변 휴양지의 여름. 칠레의 작가 겸 사업가와 멕시코 출신 불법 노동자, 그리고 카탈루냐의 공무원 등 세 남자가 차례로 자기 관점에서 이야기를 한다. 아리따운 피겨스케이터, 스케이트장, 한 범죄와 이들의 관계에 대한 세 가지 측면의 각기 다른 이야기.- 알칼라데에나레스 시 중편소설상(1993)-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선정 [2009년 최고의 책]- [캔자스 시티 스타] 선정 [2009년 최고의 책]살인 창녀들Putas asesinas(2001)볼라뇨의 두 번째 단편집이다. 13편의 이야기 중 일부는 자전적 성격이 매우 강해 작가 자신의 방황과 정신 상태, 또는 다른 칠레 망명자들과 멕시코, 유럽,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서 방황하는 이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다른 단편들은 광기, 절망, 고독, 사랑, 사후 세계,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문학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시는 폭력을 만나고, 포르노그래피는 종교를 만나며 축구는 흑마술을 만난다.안트베르펜Amberes(2002)난해하게 쪼개진 소설로, 볼라뇨의 무의식 세계와 비관적 서정성으로 들어가는 비밀스러운 서문이자 초현실주의 시와 같은 작품. 55편의 글과 한 편의 후기로 이루어진 눈부시고 실험적인 문학적 퍼즐이다.참을 수 없는 가우초El gaucho insufrible(2003)볼라뇨가 죽기 직전 완성한 짤막한 글 7편(5편의 단편과 2편의 에세이)이 수록된 이 책은 이야기와 강연의 이상한 조합, 생각거리를 주는 허구와 문학 비평의 혼합이다. 책 제목과 같은 참을 수 없는 가우초, 불을 뱉는 사람, 비열한 경찰관, 표절 행위, 종교에 관한 이야기와, 스페인어 문학과 용기에 관한 씁쓸할 만큼 아이러니한 생각들이 실려 있다. 또한 자신이 죽어 가고 있음을 아는 자멸적인 위대한 작가의 통렬한 증언인 에세이 [문학+병=병]도 포함되어 있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볼라뇨의 문학적 유서라고 할 수 있다.- 알타소르 소설상(2004)제3제국El tercer Reich(2010)볼라뇨가 1990년대 초에 집필한 소설로, 육필 원고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 소설은 악몽으로 변해 버린 한 남자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독일인 작가이자 슈투트가르트 전쟁 게임 챔피언인 우고 베르거는 연인 잉게보르크와 함께 아름다운 코스타브라바 해안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수상쩍은 두 남자 엘 로보와 엘 코르데로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제3제국]이라는 전쟁 게임에 휘말리게 된다.천천히, 구름들 사이로, 비행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모기보다 크지 않은 작은 얼룩처럼 보였다. 근처의 공군 기지에서 온 비행기가 해안을 따라 잠시 비행한 후 다시 기지로 돌아가는 거라 생각했다. 조금씩, 하지만 어려움 없이, 공중을 활공하듯, 비행기는 도시로 다가가고 있었다. 어떤 때는 하늘 높이 떠 있는 원기둥 모양의 구름들에, 또 어떤 때는 바람에 밀려 지붕에 거의 닿을락 말락 떠 있는 바늘 모양의 구름들에 휩쓸려. (중략) 그리고 비행기는 그곳에서, 그 높이에서, 하늘 위에 시 한 편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종사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그다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광기가 흔했으니까. 나는 허공에서 비행기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회전한 후 바로 도시의 건물이나 광장으로 곤두박질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이어 바로, 그 하늘에서 태어나기라도 한 듯, 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시리게 할 정도로 붉고도 푸른 하늘이라는 거대한 스크린 위로 시커먼 잿빛 연기가 완벽하게 그려 낸 글자들이었다.(/ p.41)1973년 말이나 1974년 초쯤에는 후안 스테인의 절친한 친구이자 맞수인 디에고 소토 역시 자취를 감췄다. 칠레의 하늘이 산산조각 난다고 해도 그들은 항상 함께했고 늘 시를 논했다(물론 우리는 그들을 각기 상대방의 창작 교실에서 보지는 못했다). 키가 크고 금발인 스테인과 작고 까만 머리인 소토, 근육질의 강한 스테인과 장차 물렁살에 토실토실하게 살찔 조짐까지 보이는 몸매에 뼈가 가느다란 소토, 라틴 아메리카 시의 범주 안에 머무는 스테인과 칠레에서 아무도 모르는(그리고 여전히 계속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심히 걱정된다) 프랑스 시를 번역하는 디에고 소토.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다. 땅딸하고 못생긴 인디오가 어떻게 알랭 주프로이와 드니 로슈, 마르슬랭 플레네를 번역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 맙소사, 미셸 뷜토와 마티외 메사지에, 클로드 펠리외, 프랑크 브나이유, 피에르 틸만, 다니엘 비가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드노엘에서 책을 출판한 조르주 페렉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소토가 거들먹거리며 사방을 누비고 다닌단 말인가?(/ p.94)무뇨스 카노에 의하면 그는 몇몇 사진들에서 가르멘디아 자매와 다른 실종자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이 여자들이었다. 사진들의 무대는 거의 그 장소가 그 장소였고, 그리하여 같은 장소였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여자들은 마네킹 같았다. 어떤 경우 사지가 떨어져 나가 훼손된 마네킹 같았다. 물론 무뇨스 카노는 여자들이 사진에 찍힌 순간 30퍼센트 정도는 살아 있었을 거라는 가능성을 제외하지 않는다. 화질은 (무뇨스 카노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그 사진들을 본 사람들이 받은 인상은 지극히 생생했지만 말이다. 사진들이 전시된 순서는 임의적이지 않다. 일정한 선(線)을, 일정한 논리를, 일정한 이야기를(연대기적이랄지 정신적이랄지……), 일정한 계획을 따른 것이다. 천장에 붙어 있는 사진들은 지옥, 그러나 텅 빈 지옥과 흡사하다(무뇨스 카노에 의하면). 네 귀퉁이에 (압핀으로) 붙어 있는 사진들은 혼령과 흡사하다. 광기 어린 혼령. 다른 그룹의 사진들에는 애가적인 톤이 지배적이다(하지만 그런 사진에 어떻게 [그리움]과 [애수]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무뇨스 카노는 자문한다). 상징들은 많지 않지만 상당히 암시적이다. 프랑수아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조셉 드 메스트르의 동생)의 책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들]의 표지 사진. 대기 중으로 스러질 듯한 젊은 금발 머리 여자를 찍은 사진. 작은 구멍들이 무수히 나 있는 회색 시멘트 바닥에 내던져진, 잘린 손가락의 사진.(/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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